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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기차 움직이려면 휴대폰배터리 6250개 필요
휴대폰ㆍ노트북서 검증된 한국배터리 세계서 인정
삼성SDIㆍLG화학ㆍSK에너지 글로벌업체서 러브콜
◆ 新 전지혁명 / 한국, 전지혁명 중심에 ◆
"신형 하이브리드차가 미국 조립 라인에서 나오고 있지만 이 차에 장착된 배터리는 한국산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취임 후 처음으로 상ㆍ하원 합동연설을 하면서 전혀 예기치 않게 한국산 2차전지 얘기를 꺼냈다. 실적 악화로 생사 갈림길에 선 미국 자동차 업체 회생 방법 중 하나가 2차전지라며 발상 전환을 주문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이제 세계는 한국 2차전지 업계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인 IIT에 따르면 1991년만 해도 일본이 세계 2차전지 시장을 95%나 석권했다. 그 후 한국 중국 대만이 시장을 파고들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일본 50%, 한국 22%, 중국 대만 미국 등 기타 국가가 28%를 차지하는 구도로 바뀌었다. 특히 2차전지 중 리튬이온 제품은 삼성SDI가 점유율 17%로 소니(16%)를 제치고 산요(27%)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 한국발 전지혁명 막올라
= 한국 2차전지 제조업체들은 일본 기업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뛰어난 순발력으로 대형 공급 계약을 잇달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삼성SDI와 독일 차부품업체인 보쉬가 합작해서 설립한 SB리모티브가 최근 BMW에 전기차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2011년 시제품을 납품하고 2013년부터 8년간 독점 공급하기로 했다. 현재 17% 수준인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점유율을 2015년에는 30%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삼성SDI 목표다.
삼성SDI는 이에 앞선 지난 7월 미국 하이브리드차 배터리 업체인 코바시스를 전격 인수했다. 니켈수소전지를 만드는 코바시스를 인수함으로써 리튬이온전지에 강점을 지닌 삼성SDI는 기술 보완이 가능해졌다.
LG화학도 지난 1월 창사 60여 년 이래 가장 큰 변화를 몰고올 초대형 사업을 따냈다. 미국 GM이 내년부터 양산할 하이브리드차인 `시보레 볼트`에 장착할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된 것이다. LG화학은 내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GM이 2011년에 내놓을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형 플러그인 전기자동차(PHEV)인 `뷰익`에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대형 주문을 따낸 LG화학은 지난 6월부터 충북 오창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모두 3억달러를 투자해 미시간주에 현지 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2015년 매출 2조원과 세계시장 점유율 2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후발주자인 SK에너지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04년 12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리튬이온전지 분리막(LiBS)`을 개발한 SK에너지는 2006년에는 하이브리드 차량용 리튬폴리머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
지금은 미국 국책연구소인 아르곤내셔널랩과 샌디아내셔널랩, 국내에서는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2차전지에 대한 제품 소형화 안전성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 참여업체 늘면서 무한경쟁 돌입
= 그동안 휴대폰을 비롯한 IT기기에 주로 사용한 2차전지는 △수송기계 △로봇 △군사(방산) △산업용 △에너지 저장용으로 용도가 넓어졌다. 이와 동시에 대용량화도 급진전되고 있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전지 한 개 전압과 용량을 기준으로 할 때 노트북PC에는 15개, 엔진을 통해 모터를 충전해 쓰는 하이브리드 차량에는 625개가 소요된다. 배터리를 직접 충전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과 순수 전기자동차에는 각각 3125개, 6250개가 필요하다.
이처럼 중대형 전지 수요가 늘면서 시장 규모 자체가 커졌다. 이에 따라 뒤늦게 2차전지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IT업계 거인 IBM도 최근 출사표를 냈다. IBM은 한 번 충전으로 800㎞까지 가는 고효율 전지 개발을 목표로 내걸고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리튬에어배터리 개발을 위해 연구소ㆍ대학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전자업종을 비롯해 자동차, 화학, 에너지 등 업종을 뛰어넘어 기업들이 몰려드는 모습이며 투자펀드나 돈을 가진 대부호들까지 합세하고 있다. 워런 버핏은 중국 전지업체 BYD에 투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다.
전지업체와 자동차업체 간 합종연횡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도요타-파나소닉, 닛산-NEC, 혼다-GS유아사, 미쓰비시자동차-미쓰비시중공업이, 미국에서는 포드-존슨 컨트롤스 등이 각각 합작이나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김진희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연구원은 "전지업체로서는 대형 고객을 확보할 목적으로 자동차업체를 잡고 있으며 자동차업체는 안정적인 제품 조달을 위해 전지업체와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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